지난 2017년 5월 26일 금요일 오후 3시, 위워크 을지로에서 Design Spectrum(이하 디자인 스펙트럼)의 5월 오프라인 이벤트 <Design Spectrum E05. Digital Nomads / Freelancers>를 가졌습니다. 사전에 공지드렸던 이벤트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많은 수의 직장인들이 현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과 생활 ( = ‘디지털 노마드’라고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있는)을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분들이 디지털 노마드의 현실에 대해서 명확하게는 모르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부에서는 일종의 버즈워드처럼 사용하고 있는 상황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보다 많은 분들에게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와 올바른 이해, 허와 실, 그리고 현실과 나아갈 점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참여 스피커 : 정선우 (프로덕트 디자이너) 김수곤 (디자이너 겸 인벤터) 이광석 (세렌디피티 제주 CEO)
5월의 디자인 스펙트럼 이벤트는 디지털 노마드 /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온오프믹스에서의 이벤트 소개문에서도 언급했었지만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환상과도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이라는 이름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과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디지털 노마드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지요. 그렇기에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장단점에 대해서 해석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원했습니다.
00–1. 오리엔테이션 세션 본격적인 이벤트 진행에 앞서 디자인 스펙트럼 운영자중 한 명인 김지홍 님이 간단히 이벤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연사 분들에 대한 소개 및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금요일 오후 3시라는 쉽지 않은 시간에 참석해주신 참석자 분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키노트 스피커인 정선우 님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정선우 님은 올해로 9년차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카인다랩이란 이름의 소규모 프로덕트 팀의 일원으로 예비 창업자 / 초기 스타트업의 제품 기획, 개발을 돕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키노트 세션에서는 디자이너들에게 과연 직장이란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자유롭게 업무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에 취미를 가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정선우 님 선우 님은 여기저기를 이동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보다는 프리랜서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진행하셨습니다. 선우 님은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일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직장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게 선우 님은 “OOO 회사의 정선우 입니다” 가 아닌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정선우 입니다”가 되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이름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요. 그게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선우 님 스스로의 기준에서는 잘 납득이 안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프리랜서 라이프에서 가장 중요하게 깨달았던 것들을 세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주셨습니다.
정선우:
1. 시간관리의 중요성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계시지 않는 분들이 흔히 하시는 생각이 ‘프리랜서는 보통 자신의 시간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일 수 있습니다. 시간 자체야 회사처럼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오픈되어 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철저한 시간관리가 필요합니다. 직장에서는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자신의 하루가 움직이지만 프리랜서는 온전히 본인의 시간 관리/역량에 따라 프로젝트의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 리듬과 일의 비중 사이에서 균형잡힌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2. 재무감각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직작 생활을 할 때는 그저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어떻게 재태크해야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만, 프리랜서를 하다보니 재무 관련하여 더 시야가 넓어지고 신경써야하는 부분들이 많아집니다. 일단 수입이 직장에 비해선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항상 대비를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를 하다보면 크게 느끼는 부분이 나의 통장 잔고 / 월 생활비의 밸런스가 내가 얼마나 오래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프리랜서 특징상 클라이언트가 어떤 사람/회사냐에 따라서 일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클라이언트를 선택함에 있어 재무적으로 나 스스로가 관리가 잘되어있어야만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클라이언트를 반강제적으로 선택해야하는 경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돈이 모자랄 때마다 그때 그때 일을 수급해서 충당하는 것이 아닌, 프리랜서 사이클을 길게 바라보며 들어오는 일들의 기간을 조절하고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알맞게 배분해야 합니다.
3. 버리는 삶
예전에는 멋진 것들을 하나하나 사모으곤 했었는데 프리랜서 전향 후에는 조금씩 비우는 삶, 버리는 삶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어디에서든 활동을 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드려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캐리어 하나의 짐만 남겨놓아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이동해서, 일을 선택하며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참고로 선우 님은 미디엄에서 디자인 매거진을 운영하고 계시니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https://webuildproduct.com/
김수곤 님은 최근에 친구와 요트에 사무실을 차린 디자이너 겸 인벤터입니다. 수곤 님은 이력이 상당히 다양하셨는데요, 생명공학, 디자인, 국문학을 배운 후 공학 분야를 석사 졸업하고 현재 박사 휴학 중인 상태셨습니다. 퓨처플레이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창업 멤버이자 인벤터 직군으로 일하며 창업, 디자인, 개발, 기획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일들을 진행하셨습니다. 이번 키노트 세션에서는 여행을 떠나있던 중 일을 시작했던 경험, 일을 하던 중 여행을 떠났던 경험과, 리모트 워크에 대한 에피소드 그리고 요트에서의 사무실 오픈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수곤님께서는 상하이, 뮌헨, 도쿄, 시드니, 런던, 바르셀로나, 치앙마이 등 수개월씩 머물며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셨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자 장소를 선택할 때 보통 아래 두가지 기준에 의해서 장소를 정했던 것 같다고 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김수곤: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될 때는 해변이 있는 그런 곳들이 좋았고, 아이디어를 정말 쥐어짜내며 일을 해야할 상황일 때는 정말 아무 방해없는 아예 조용한 곳이 좋았습니다. 또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마드 생활을 하다보니 무조건 마감기한이 정해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지털 노마드생활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누구나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있습니다. 리스크를 안고 사는 생활이기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실제로 그 생활에 돌입해보면 정말 어디든 다 사람사는 곳이라 의외로 많은 부분들에서 하나하나 상황에 부딪혀가며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디자이너들은, 적어도 제 경우엔 어디를 가도 디자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을 해결해가면서도 지낼 수 있었습니다. 2–3달 정도를 그렇게 버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제적 난관은 중요히 생각해야할 부분입니다. 초조하게 지출을 시작하면 원격 근무의 의미가 많이 상실되요. 프리랜서로 일할 때 수입의 버퍼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지속적인 프리랜서 생활의 큰 관건이 됩니다. 위 사진처럼 어느정도 수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수입- 지출을 조절하며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 보다 만족스런 노마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관념과 더불어서 중요한 것이 감정조절인데요. 일거리를 여행지에 들고가서 감정을 컨트롤하며 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해변이 펼쳐져 있는데 놀고 싶잖아요? 그런 것들부터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경험상, 노마드 생활을 시작하면 처음에 몹시 외롭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어딘가 놀러가서 누군가 만나는 활동들이 필요합니다.
노마드 생활을 하면 대부분 한국의 회사와 혹은 외국의 회사와 리모트 워크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도 신경써야합니다. 보통 행아웃이나 스카이프를 사용하게 될 꺼에요. 편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화상 챗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 다양한 소도구를 사용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미팅 전에 설명해야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그림들을 그려 전달하고 하는 편입니다.
수곤님은 먼훗날 아무것도 안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기 위해서, 현재 모든 힘을 다해 일하고 노력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 먼훗날을 위한 첫 출발이 요트를 사는 일이었다고 하네요. 요트가 다들 엄청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중고 매물을 잘 구하면 생각보다 싼것도 많다고 말씀하시며 본인의 꿈꾸는 자유로운 생활을 일부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사람의 일이란 어떻게든 흘러가고, 실행해보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니 디지털 노마드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겁내지말고 일단 도전해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광석 님은 현재 세렌디피티 제주 CEO 로 일하고 있습니다. (참고를 위한 인터뷰 http://www.cultureopen.asia/2016/12/02/20161202_17/) 또한 다양한 미술관 / 박물관의 전시 / 디지털 전략 컨설팅 및 기획을 담당하셨다고 합니다. 이번 이벤트에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던져야할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속가능한 노마드 라이프를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실행하는지 공유하셨습니다.
이광석: 제주도로 떠나기 전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좋아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게 좋아하는 삶이 되진 않더라구요. 그래서 ‘나만을 위해 살아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2016년 6월 7일에 훌쩍 제주도로 적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기존에 잘했던 일들, 경험을 살려서 여러 사업을 진행해보았어요. 그러면서 제주에 대해서 알아 나가게 됐죠. 제주도 정착 초반에는 작은 원룸형 공간에서 월세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돈없이 좋은 집에 살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새로운 저의 삶, 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첫 문제 제기였지요. 그래서 제주도에 오는 사람들, 지인들, 여러 커뮤니티 관련된 수요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그 후 제주에서 년세(제주도에는 월세가 아닌 년세 개념이 있습니다.)를 낼 수 있을만큼의 사람들을 모집한 후 별장을 하나 계약했습니다. 이를 모집한 사람들을 기반으로 멤버십 형태로 운영해서 지내고 있어요. 여기가 바로 ‘빌라 세렌디피티’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지요. 숙박을 매개로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빌라 세렌디피티’는 저의 별장이 아닌 ‘우리’의 별장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말씀드리며 제가 생각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한, 지속가능한 노마드 생활’을 위한 몇가지 화두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를 올바로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제가 “돈없이 좋은 집에 살 수 없을까?” 라를 문제 정의가 아닌 “어떻게 하면 싼 방을 구할 수 있을까” 라고 문제 정의를 했다면 현재의 빌라 세렌디피티라는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2.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잘하는가
제가 이렇게 공간을 마련해서 멤버십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든 이유를 말씀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일이 좋아요. 그리고 남들이 왠만해서 안하는 일들을 꾸미는 것을 잘합니다. 즉, 제가 문제라고 위에서 정의한 것을 제가 잘하는 방식으로 풀다보니 지금에 다다른 것이지요. 자신이 정의한 문제를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전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책 안에서는 지속가능하게 무언가를 진행하려면 (빵을 구우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일과 삶의 밸런스에 대한 내용인데요.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일)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삶)에 대해서는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과 삶이 합치되기란 쉽지 않죠. 그러나 그것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했습니다. 여러분이 노마드의 라이프를 지내보고 싶으시다면, 일단 노마드가 되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정의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 이러한 생각들을 토대로 가고 싶은 나라에 별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그 시작이 빌라 세렌디피티 제주),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여행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1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셨던 정선우 님, 김수곤 님, 이광석 님과 함께 패널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패널토크는 사전에 이벤트 신청 때 받았던 질문들을 추려서 준비했습니다만, 현장에 계신 분들이 먼저 질문하실 수 있게끔 우선권을 드렸습니다. 그 이후 사전 수집된 질문들을 몇개 추려 진행했지요. 패널토크는 50여분 정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질문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Questions
아쉬웠던 점, 감사한 점, 그리고 그 다음.
디지털 노마드 / 프리랜서라는 주제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였고 이번 5월 이벤트에서 커버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상당수 있어서 언젠가 한 번 더 같은 주제로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해외 노마드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보다 밀접한 사례들 그리고 실제로 노마드 생활을 준비할 때 필요한 팁들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듣고 싶다는 의견도 많으셨기에 다음번 본 주제를 다시 다루게 될 때는 그런 부분들이 반영이 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벤트 시간에 대해서 아쉽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한계를 지닌 여건 하에서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진행을 하게 되었으나, 말씀주셨던 의견들을 충분히 공감하는바 다음 이벤트부터는 피치못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말에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