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9월 2일 토요일, 삼성역 인근 구글캠퍼스에서 Design Spectrum의 여덟번째 오프라인 이벤트 <Design Spectrum E08.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가졌습니다.
사전에 공지드렸던 이벤트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 이벤트에서는 여성으로서 디자이너, 개발자로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에 대해 나누려 합니다. 이는 제도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조명일수도, 사람 대 사람에 관련된 이야기일수도, 사회적으로 찾을 수 있는 잘못된 젠더 의식과 프레이밍의 문제일 수 있을텐데요. 이런 많은 부분들을 고려하여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맞춰가는 과정, 그 안에서 일어났던 상황들, 그리고 디자이너, 개발자로 일하며 느낄 수 있었던 여러가지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이벤트에서는 스피커 분들뿐만 아니라 참여하시는 분들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준비해보려 합니다.
참여 스피커: 이다영 님 (대학생 / 디자이너, 작가) 이해민 님 (구글코리아 / 개발, PM) 정다영 님 (삼성전자 / 디자이너)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라는 주제는 디자인 스펙트럼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멤버들과 염두에 두고 있던 주제였습니다. 언제 이 주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구요. 그렇기에 이번 9월 오프라인 이벤트에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준비하면서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글을 빌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스피커 분들과 스태프 분들, 그리고 그룹 토크 시간을 통해 각자의 목소리를 전달해주신 참석자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오리엔테이션 세션에선 디자인 스펙트럼의 운영진 중 한 명인 김지홍 님께서 이야기를 시작해주셨습니다. 이번 스펙트럼 이벤트에서 왜 이런 주제를 하게 되었는지, 스피커 분들을 모시면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과정을 살짝 이야기해주셨고 이 자리에 함께한 스피커 분들, 참가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첫번째 스피커 분인 이다영 님을 모셨습니다.
첫번째 세션은 이다영 님께서 시작해주셨습니다. 다영님은 대학생이자 UX디자이너로,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계세요. ‘독일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https://brunch.co.kr/@versatiledayang/1)이라는 다영님의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죠.
다영님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은 희망과 열망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잘못된 일들을 접할 때마다 많이 좌절을 하셨다고 해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시선들, 그에 관련된 여러 사례들과 뉴스들…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무력감이 많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최고 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가 말했던 사례도 말씀주셨는데요.
남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전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boss’라고 하고 여자가 그와 같은 행동을 하면 ‘bossy’하다고 비하한다. — 셰릴 샌드버그의 말 중에서- 다영님은 이와 같은 일화를 접하고서는 오히려 더욱 당당하게 할 말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셨다고 합니다. 이 후 아직 우리 주변에 만연해있는 ‘맨스플레인’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주셨어요. 용기를 내서 말씀을 이어나가시면서, 그저 우리의 목소리를 조금 더 냈으면 좋겠다고 다영님은 이야기하셨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설프고 생각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관점과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구요.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이야기하길 꺼려합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동의하는 것은 쉽게 이야기하지만 반대하는 것은 쉬이 이야기하지 못하죠.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마음 속에서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열기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하는지 아는 것이 진정한 ‘힘’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남들이 만들어낸 기준과 틀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신이 가진 모양 그대로 그를 중시 하면서 살아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여성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여성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보이는 수많은 성형외과 광고 간판들이 여성의 미를 멋대로 규정하고, 외형적인 모습들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이 세상에선 더더욱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어디에 계신가요?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가요. 다영님은 제안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나부터, 나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나의 방식으로 시도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이 지금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주세요. 이미 노력해주고 계시기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포기하지말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함께 변화들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며 말을 맺었습니다.
다영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두번째 스피커로 구글의 이해민 님께서 마이크를 잡아주셨습니다. 해민님은 현재 구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재직 중이신데요, 아이 둘의 어머니로서 본인을 둘러싼 롤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해민 님은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해놓고 회사 출근을 7시까지 하신다고 합니다. 그리고선 바로 뉴욕 쪽과 회의 (그쪽은 저녁)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미 서부 쪽, 그 다음엔 일본 쪽과 회의를 합니다. 그 후 바쁜 일과를 보내다가 필요에 따라선 밤에 또 런던 측과도 회의를 합니다. 구글에서 요구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의 조건이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정말 수많은 팀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고 해요. 그리고 퇴근을 하는 순간이 되면 모드(Mode)가 바뀌어서 ‘오늘 저녁을 뭘할까’ 고민하며 운전을 하고 들어가신다고 합니다.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기억을 떠올리시며 아이들의 학교 스케쥴에 대해 체크를 하죠. 이른바 컨텍스트 스위칭입니다.(context switching) 이런 식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다보면 정말 시간관리에 대해서 고도로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하네요.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배우자 분과 이런 일과들에 대해 정확히 ‘반’을 나눠서, 서로가 담당할 역할들을 맡아 함께 하신다고 합니다. ‘돕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나눠서’ 진행합니다. ‘도와준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지요. 가정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누가 주도하고 누구는 보조적인 도움을 한다는 개념은 없습니다. 적절히 영역을 나눠 본인들의 역할을 구축하신다고해요. 집안의 CEO는 해민님과 해민님의 배우자 분이시기 때문에 둘이 영역을 잘 나눠서 적어도 집안에 관련된 일들이 100으로 잘 돌아가게끔 합니다.
해민님이 자신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정해진 프레임에 갇혀있었는지 알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해요. 회사를 다니다가 결혼을 한 후 2년 정도가 지나 유학을 가고 싶어서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에서 엄청나게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때 들으셨던 말들이,
뭐가 부족해? 결혼도 했고 집도 있는데 대체 왜? 결혼해서 산지 2년밖에 안됐는데 뭐 어떻게 하려고? 다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야. 여자애가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하려하니.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려서 유학 길에 오르셨다고 해요. 그리고 유학을 가보니… 저런 사회적인 주변의 잣대 없이 자신은 그냥 one of them이였고, 정말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 펼쳐져서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유학 자체에 대한 고생은 하셨다고)
그렇게 사회적인 편견과 억압이 없는 상태를 겪게 되니 그 전까지 자신이 살던 세계가 얼마나 틀에 갇힌 곳이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해요. ‘너는 여자라서 안돼’라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었는지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이후 구글에서 일을 하게 되셨고 여기서도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고에 충격을 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구글의 육아 휴직 제도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꼭 써야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만 9살 전이 되기 전 1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해민 님은 가장 늦은 타이밍에 육아 휴직을 사용하려고 하셨는데요, 그 이후 구글에서 일을 하게 되셨고 여기서도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고에 충격을 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구글의 육아 휴직 제도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꼭 써야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만 9살 전이 되기 전 1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해민 님은 가장 늦은 타이밍에 육아 휴직을 사용하려고 하셨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보통 육아 휴직을 하려고 하면 다들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지 많이 걱정을 하잖아요? 이에 해민님은 고민을 하다 여성 VP 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이 때 이런 답변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해민님은 고민을 하다 여성 VP 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이 때 이런 답변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You deserve it.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고, 넌 그럴만한(쉴만한) 가치가 있어. 라는 뜻이었죠. 그리고 바로 HR 쪽에 연락해서 해민님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게끔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 라고 커뮤니케이션을 하셨다고 합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해민님은 하나의 메세지를 전달해주셨습니다.
매번 순간순간마다 결정을 내릴때마다
‘저걸 해보고는 싶은데 지금상황은 이래 어떡하지?’
‘주변에선 뭐라고 할까 ?’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라며 고민들을 하게 되는데요. 사실 이런 걱정이 생긴 시점에서 이미 마음은 반 이상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고, 그런 고민이 들 때 그걸 할 수 있어야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한 그런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의 결과가 혹시나 실패를 귀결되었을지라도, 그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하시며 진심으로 하고싶은 게 생겼을 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하셨어요. 성공의 기준을 정해진 한 곳으로 두지 말고,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의 경우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런 결정을 할때 더 핍박받는 경우가 많은데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이야기를 맺어주셨습니다.
마지막 스피커 세션으로 삼성전자의 정다영 님께서 자리해주셨습니다. 다영님은 스피커 요청을 받으셨을 때 고사하려고 하셨지만 주제를 듣고선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으셨다고 해요. 고민을 하시다가 그동안 담아오셨던 이야기들을 풀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디자인 분야는 상대적으로 시작점에서 여성 분들이 많은 분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직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재직년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주변에 여성동료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다영님은 이러한 점을 짚어주시면서 여성들 앞에 놓여져있는 허들(hurdle)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바로 일,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학부모의 롤 같은 것들입니다. 주변에 있었던 너무나 뛰어난 디자이너 여성 분들이 이런 장애물들로 인해서 본인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접고 그만두는 것을 보고 너무 슬펐다고 합니다.
다영 님은 이 허들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를 넘었섰던 다영 님의 경험에 대해서 공유해주셨습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덕업일치를 이루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 일종의 덕업일치가 되었고 이런 것들이 일을 계속 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모션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본인이 그래픽디자인 /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결핍되어있다는걸 깨달았다. (디스트릭트에서 일하는 초반에 Helvetica를 모르셨다고 고백하시기도!)그리고 이 결핍을 호기심으로 치환하여 에너지로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많은 분들이 결혼을 허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경험에서는 그렇진 않았다. 본인을 (본인의 덕력을) 완벽히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고 디자인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자신의 신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였기에 더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자신의 배우자가 진심으로 자신의 조력자라면 오히려 힘이 될 것이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포기하시는데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좋은 동료들을 두는게 중요한 것 같다. 임신을 한 자신을 주변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많이 배려해주었기에 정말 힘이 되었다. ‘주변의 팀원들을 너의 아이의 삼촌 / 이모로 만들어라’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꺼리지말고 주변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랑하는 조력자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길 !
출산 이후 일로 복직하게 될 때 ‘엄마가 미안해’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도 출산 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갈 때 아이가 우는 것을 보고 너무나 죄책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를 떨쳐낼 수 있어야한다. 엄마가 죄책감을 느끼면 아이의 울음은 더 심해지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미안해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해결 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는게 더 나은 방법이다.
학부모가 되면 여러가지 일정에 시달리고 절대적인 시간 빈곤에 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무적인 팁으로 디자이너로서 스킬 업을 해서 손을 빨리할 수 있게하고 이를 숨겨라. (…!) 본인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회사냐 집이냐를 선택해야하는 순간들이 매일매일 오는데 어차피 정답이 없고 매순간 후회들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에 대해 믿고 마음을 놓는 것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나하나 허들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고 정리를 해주셨어요.
가치있는 삶의 방향으로 모든 상황들을 바라보고, 본인이 가질 수 있는 죄의식에서 벗어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받아들인 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도 하셨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능한 오래도록 남아주세요. 서로 돕고 힘내주세요. 라고 해주시며 세션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이벤트의 후반부에는 스피커 분들, 스태프 분들 그리고 참석자 분들이 모두 함께 하는 그룹 토크가 이루어졌습니다. 8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서 그룹 내에서 한분 한분씩 각자의 목소리를 나눠주셨어요. 그룹 토크에서는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결혼과 육아는 내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내가 느꼈던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나는 상냥하고 고분고분한 사람이어야 할까요?
* 나는 현재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뭘 하길 바랬었고 바라나요?
* 왜 나는 회사에 다닐까요?
* 나는 회사에서 어떤 팀원인가요?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역할을 맡고 있나요?
* 왜 나는 참아야만 하는거죠?
* Work&Life Balance. 나의 라이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각들을 했으며 어떤 경험들을 지나쳐왔는지. 마지막에는 각 그룹별로 한 분씩 마이크를 잡아 이벤트에 참석한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낄만큼 서로간의 이야기들로 가득찬 시간이였어요.
오늘의 이야기들이 단순히 지나가는 한 자리가 아닌, 또다른 스파크와 또다른 이야기들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9월달의 디자인 스펙트럼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펙트럼 이벤트를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스펙트럼 이벤트는 스피커 분들의 세션 + 패널토크로 채워집니다. 모두가 함께 말할 수 있는 그룹토크는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운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간 많이 진행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주제는 꼭 그룹토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스피커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오신 분 한 분 한 분, 보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들이 오가길 바랬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냐에 따라서 더더욱 어려워지곤 해요. 이번 같은 주제일 경우에는 주변 상황에 따라 정말 힘들어지곤 합니다. 그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자신이 생각한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 뿐인데도 말이에요.
그렇기에 꼭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 내가 겪었던 경험들. 때로는 하소연하고 싶고 때로는 혼자만 이런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지 혼란스러워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들. 디자이너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스타트업 혹은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개인으로, 일과 가족을 함께 신경쓰는 어머니 혹은 그 어머니와 함께 길을 걷는 아버지로.
무언가 해결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다른 사람과의 자리. 그런 자리가 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그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이벤트에는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여성 분도 계셨고,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시니어 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분도 계셨습니다.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해온 것들은 다를지언정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경청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이번 이벤트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 어떤 분은 정말 여러모로 큰 공감을 하시기도, 어떤 분은 공감의 영역에 들어서기 전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벤트에서 오고 간 대화들. 그 지점들의 생각과 감상들은 참여해주신 모두에게 각자 다르게 남아있겠지요.
해답이 있는 자리가 아닌 각자의 변화가 남는 자리기에, 9월달 디자인 스펙트럼엣어 서로가 말씀하신 메세지들이 부디 울림이 있는 메세지로 남아있길 바랍니다.매번 보내주시는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렸지만 이번엔 더더욱 감사했습니다.
더 나은 모습을 향해 계속 나아가겠습니다.